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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한 노신사

by 마을지기 posted Jan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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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4-01-30
실린날 2003-12-27
출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원문 빠리의 한 노신사가 매일 점심때가 되면 지금 당신이 있는 에펠 탑 1층의 식당까지 올라와서 식사를 하더래요. 한 일주일 동안은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매일 찾아오는 그 노신사에게 드디어 식당 주인이 말을 걸었지요.

"손님은 우리 식당의 음식이 그렇게 좋으신가요?"

노신사는 아주 차갑게

"아니오"

했어요. 그러니까 다시 식당 주인이,

"그러면 손님께선 에펠탑을 참으로 좋아하시는군요?"

하고 물었지요. 그러자 노신사는 더 차가운 목소리로

"나는 에펠 탑을 아주 싫어하오"

하지 않겠어요. 식당 주인은 다시

"그런데 왜?"

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지요. 노신사는 이렇게 대꾸했대요.

"에펠 탑이 보이지 않는 식당이 여기뿐이라서 그렇소."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창작과비평사, 2000), 18쪽.
빠리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빠리에선 에펠탑이 안 보이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하지요?

이 이야기를 우리 속담으로 바꾸면
"등잔 밑이 어둡다" 아니겠어요?
이 노인은 에펠탑이 보기 싫어서
에펠탑 밑으로 간 것입니다만,
만일 어떤 문제를 파악하고 싶으면
문제 속에 파묻혀 있지 말고
거기를 벗어나서 관찰을 해야지요.

세상을 좀더 넓게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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