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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되지 못한 한국인들

by 마을지기 posted Jun 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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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4-06-08
실린날 2001-12-20
출처 들은이야기
원문 1960년대 초였다. 19세기말 개화운동으로 우리 나라를 발전시켜 보려고 머리를 싸매었던 김옥균은 이미 저승에 있었다. 어느 날 옥황상제가 김옥균이 바둑을 그리 잘 둔단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바둑 한 수를 청했다. 그러자 김옥균는 그냥 두면 재미가 없으니, 내기 바둑을 두자고 했다. 내기의 내용인 즉, 만약 내가 이기면 지금 한국에 천재 5명을 태어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5명이면 한국이 충분히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옥황상제가 그 5명이란 누구누구를 말 하느냐고 물으니, 김옥균은 뉴턴, 아인슈타인, 에디슨, 퀴리 부인, 갈릴레오를 대었다.

옥황상제는 껄껄 웃으며 "허허, 한 시대에 한 명 태어나기도 힘든 천재들을 한꺼번에 다섯이나 달라 하니 참 과하도다!"라고 하면서, 그래도 자기를 이겨보겠다고, 자기나라 잘되게 해보겠다고 용쓰는 게 갸륵한지라, 내기를 받아 주었다. 옥균은 바둑 두기가 귀찮아서 옥황상제를 떼어버리려고 해본 말인데 선뜻 말이 트이니 정신이 번쩍 나서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짜내서 바둑을 두어 끝내 이기고 말았다.

기분파 옥황상제가 말했다.

"날 이기다니 대단하군. 당신 같은 인재가 있었던 나라에는 천재 다섯도 아깝지 않네. 다섯을 다 주고 덤으로 한 명 더 주도록 하지. '호킹'이라고 미래에 다른 나라에서 태어날 놈인데 그 놈까지 주겠네."

그리하여 60년대에 한국에 천재 6명이 태어나게 되었다. 그러고 30년 후, 1990년대 초 내기 바둑 이후 전혀 신경을 끄고 있던 옥균이는 어느 날 그 일을 생각해 내고 "이제 한국이 세계적 대국이 되었겠지" 하며 천리경을 꺼내어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오잉? 이게 웬걸? 처음 천리경에 비친 김뉴턴은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다.

"우찌 이런 일이?"

알아본 즉, 뉴턴은 초등학교 때부터 팍팍 잘 나가는 신동으로 주목을 받으며 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들어가서 기존의 학설을 뒤엎는 신학설을 내고, 교수들의 학설을 부정하다가 교수의 눈밖에 나서 추천장을 전혀 못 받아 어느 연구소나 기업, 대학에도 진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당장 먹고살기 위해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학부모들의 뇌물이나 뜯으며 살고 있었다.

김옥균은 얼른 이아인슈타인을 찾아보았다. 아니? 거울에 비친 이아인슈타인은 철제 가방을 들고 열심히 뛰어 다니고 있었다. 그 직업이 무엇인지 알아본즉 중국집 배달원이었다. 어찌된 일인고 하니, 어려서부터 과학, 수학 쪽으로 천재적 재질을 보여 그 쪽 과목은 항상 만점을 받은 이아인슈타인이었으나 내신에서나 대입시험에서나 나머지 과목들을 망쳐 재수에 삼수를 거듭하다 끝내 팔수에서 포기를 하고 당장 먹고살기 위해 짜장면을 배달하게 된 것이다.

열받은 옥균은 홧김에 천리경을 놓고 옆집 텔레스코프를 빌려와서 급히 박에디슨을 찾았다. 박에디슨은 고시원에서 법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떤 연유인가 하면, 박에디슨은 어마어마한 발명품들을 마구마구 쏟아냈었지만 특허청에 특허나 실용신안 등록을 신청하면 등록 자격미달, 등록요건미비,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알 수 없음" "설명 부족" 같은 답장들만이 왔고 일본놈들은 어느새 그 발명 도안을 훔쳐가서 세계 특허를 내는 일이 허다하자 끝내 "한국에서 먹고살려면 법을 공부해야 한다"며 고시생이 된 것이다.

입이 딱 벌어진 김옥균은 텔레스코프를 5도 돌려 퀴리 부인을 찾았다. 허억! 퀴리 부인은 봉제공장에서 곰 인형을 미싱하고 있었다. 이 또한 우찌된 일인가? 아무리 똑똑하고 영특한 퀴리 부인이라 해도 얼굴이 못생겨서 어디고 취직이 안 되는 판에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이 짓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김옥균은 이미 벌써 텔레스코프를 빠갰다. 연기가 삐직삐직 나는 텔레스코프를 뒤로하고 옥균이는 구름을 타고 지상으로 최갈릴레오를 찾으러 갔다. 찾기 매우 힘들게도 최갈릴레오는 북한 반동자 수용소에 있었다. 최갈릴레오는 애초에 북한에서 태어났다. 당원의 아들로 태어나 특별히 모자랄 것 없이 자란 최갈릴레오는 젊어서부터 주체사상이 마음에 들어 열심히 주체사상을 공부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주체사상이 옳지 못함을 깨닫고 그러한 설을 퍼트리다가 혹독한 인민재판을 받았다. 재판석상에서 "주체사상은 옳고 내가 잘못 생각했었다"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자아비판을 한 후 뒤돌아 서서 "그래도 주체사상은 틀렸다"라고 웅얼댄 것이 들켜서, 아오지 탄광에서 석탄을 캐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김옥균에게 멀리 한 사람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방금 전에 죽은 자였다. 그는 마지막 천재 정호킹이었다. 죽어서 혼이 되고 나니 지상에서 병신이었을 때와는 달리 맘대로 말할 수 있어서 좋다며 정호킹은 사연을 털어놓았다. 어려서부터 천재였던 그는 각광을 받으며 일류대에 들어가 이론 물리학을 하며 상대성이론을 열심히 파고 또 팠으나, 근위축성 즉생경화증으로 점점 몸에 이상이 생기더니 끝내 장애인의 수준에 이르렀다. 장애인은 인간도 아닌 한국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무시당하다가, 오늘 갑자기 온 몸에 열이 오르고 전신에 마비가 와서 급히 택시에 실려 병원을 향했으나, 모든 종합병원에서 응급환자로 받기를 거부해 이 종합병원 저 종합병원을 전전긍긍하며 응급환자로 받아 주길 구걸하다가 끝내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길에서 객사하여 지금 하늘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우수한 인재들이 우리나라에서
빛을 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꼬집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게 1990년대 이야기이니,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두뇌가 우수한 사람이라도
교육부에서 정하는 기준에 맞추지 않으면
별 볼 일 없게 되는 나라,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얼굴 못났으면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나라,
아무리 천재라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아야 하는 나라,
아무리 새로운 이론을 정립했어도
교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못 크는 나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관의 간섭이 많아 빛을 못 보는 나라...
다른 나라 이야기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마을 웃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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