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본문 | 마태복음서 1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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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일 | 2018-11-18 |
설교장소 | 구미 한울교회 |
설교자 | 전대환 |
설교구분 | 주일 |
■ 성서 본문
그 때에 제자들이 예수께 다가와서 물었다. “하늘 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예수께서 어린이 하나를 곁으로 불러서,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돌이켜서 어린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 마태복음서 18:1-3 ―
■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이 추수감사주일인데, 지난 한 해 동안 여러분의 감사 보따리는 무게가 얼마나 됩니까? 부피는 얼마나 됩니까? 값어치는 얼마나 됩니까? 감사의 사건들이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리 감사하면 그 일이 감사한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기도하면서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미 그것을 받은 줄로 믿어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마가복음서 11:24). 믿음으로 이 자리에 나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여러분의 믿음이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예수님께서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마태복음서 18:3). “너희가 돌이켜서 어린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냥 안 된다는 것도 아니고, ‘절대로’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어린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약한 뼈, 부드러운 살
작년 7월 10일에 경기도 수원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저녁 6시 30뿐쯤에 만 네 살짜리 여자아이가 아파트 9층에서 추락했습니다. 발판을 놓고 밖을 내다보다가 발코니 창문 밖으로 떨어진 겁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오늘 또 참혹한 장면을 보겠구나!’ 그런데 놀랍게도 아파트 앞 화단으로 떨어진 아이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습니다. ― 2017.7.10. 한겨레 보도.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와서 땅이 딱딱하지 않은 덕도 있었겠지만, 아기가 아니고 성인이었다면 당연히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또 그 모양은 얼마나 처참했을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우리가 아기들을 보고 연약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강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어린아이와 같이 되라고 하신 겁니다. 예수님뿐만 아니라 노자 할아버지도 똑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도덕경 55장). 어린아이와 같이 되라고 했습니다. “덕을 두텁게 품어라. 갓난이기와 같이 되라는 것이다. […] 뼈가 약하고 근육이 부드럽지만 주먹은 불끈 쥐고 있다. 남녀 교합의 이치를 모르면서도 고추가 온전히 설 수 있는 것은 정기가 순수하고 지극하기 때문이다. 종일 울어도 목이 잠기지 않는 것은 조화가 완벽히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기들을 보면 주먹을 불끈 쥐고 있지요. 그거 억지로 펴려고 해보세요. 난리가 납니다. 그리고 남자아이를 보면, 그 나이에 여자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닐 텐데, 고추가 빳빳하게 섭니다. 더 놀랍게도, 아기들은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잠기지 않습니다. 저나 여러분 같으면 한 시간도 못 지나서 목이 쉬고 말 겁니다. 아기들은 어째서 그렇게 강할까요? 정기가 순수하고, 조화가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 젖먹이의 파워
아기들에게 젖을 먹여보신 어머니들은 잘 아시겠습니다만, 젖 먹을 때 아기들의 힘은 대단합니다. 오죽하면 성인이 된 사람들도, 무슨 힘든 일이 있으면 ‘젖 먹던 힘까지 쓴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말은, 아기 때의 힘까지 가지고 와서 모은다는 뜻이 아닙니다. 진짜 젖 먹듯이 힘을 써야 된다는 말입니다. 아기들이 젖을 먹을 때는 정말 필사적인 힘을 씁니다. 다 큰 사람들이 먹고 살려고 힘쓰는 것 못지않게 에너지를 모읍니다. 아기에게는 젖 먹는 것이 일종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옛날부터 돈 많은 집 사람들은 아기를 유모 손에서 자라게 합니다. 요즘에는 분유를 먹입니다. 그럴 사정이야 다 있겠습니다만, 아기들이 젖병의 분유를 먹는 때는 힘이 별로 들지 않지요.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힘겨운 일을 만났을 때 ‘젖 먹던 힘’을 재대로 낼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은 됩니다. 그렇지만 분유 먹여 키웠다고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 다른 방법으로 보강해주실 것입니다. 아무튼 아기들의 젖 빠는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이, 부모는 제 자식 입으로 밥 들어가는 것이 가장 기쁘답니다.
공자님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논어 1-7). “현인(賢人)을 현인으로 알아보는 것을 천생배필 알아보듯이 해야 할 것이다. 부모 공경하는 일에는 있는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임금 섬기는 일에는 몸을 바쳐야 할 것이다. 벗과 교류하는 일에는 말에 신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학력(學歷)이 높지 않더라도 나는 그를 ‘배운 사람’이라고 일컫겠다.” 있는 힘을 다해서(能竭其力) 부모를 섬기라고 했지요. 엄마의 젖을 먹는 아기들은 있는 힘을 다합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지만, 그 정도는 돼야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됩니다.
■ 돼지 잡던 날
아기들이 강하다고 했지요. 정기가 순수하고 조화가 완벽하기 때문이라고 노자 할아버지가 그랬습니다. 아기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일생 가운데서 가장 정확한 안목을 가지고 있을 때가 그 때입니다. 자하가 그랬지요. 현인을 현인으로 알아보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애인보다 현인을 더 좋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현인은 누구입니까? 저는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커서 애인이 생기면 어떻습니까?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엄마보다 애인을 더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 때가 가장 인간답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하늘나라에 합당한 것이지요. 자하의 말 가운데 또 하나, 말에 신뢰를 가지라고 했지요. 신뢰, 그것은 곧 정직 아닙니까? 아이들처럼 정직한 사람도 없습니다. 집안의 온갖 부끄러운 일들은 아이들 때문에 밖으로 알려집니다. 목욕탕 갈 때, 버스 탈 때, 돈 한 푼 아끼려고 아이 나이를 속이고 싶어도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에 그것도 잘 안 됩니다.
자, 보세요. 어린 아이들은 자하가 말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킵니다. ①사람 제대로 알아볼 줄 알지요. ②있는 힘을 다해서 엄마를 기쁘게 하지요. (임금 섬기는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충이나 효는 같은 개념입니다.) ③거짓말 할 줄 모르지요. 이 정도는 돼야 하늘나라에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여러분, 그렇게 완벽한 인품을 갖춘 아이들에게, 빈말로라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됩니다. 벌 받아요. 공자님의 제자인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는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왔습니다. 어머니가 달랬지요. “들어가 있어라, 내가 돌아오면 돼지를 잡아서 고기를 줄게.”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서 돌아오니까 증자가 돼지를 잡고 있었습니다. “어린아이 달래려고 한 말인데, 정말 돼지를 잡아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지. 그건 아이에게 속임수를 가르치는 것이오.” ― 박건영 이원규 역해 편, 《한비자(韓非子)》(청아출판사, 2014), 전자책 741/1265쪽.
■ 맺는 이야기
정리합니다. 첫째, 아기는 사람을 정확히 알아봅니다. 둘째, 아기는 있는 힘을 다해서 부모를 기쁘게 합니다. 셋째, 아기는 거짓말을 할 줄 모릅니다. 자하가 말하기를, 그런 사람들은 학교 안 다녀도, 가방끈이 짧아도 ‘배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아기들처럼 ‘배운 사람’이 되십시오. 그러면 하늘나라에도 적합한 사람이 됩니다. 저와 여러분 모두가 아기들처럼 막강한 인간성을 소유하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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