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님이 길을 가다가 한 언덕 밑을 지나게 되었다. 그 언덕 밑에 긴 머리를 한 어떤 남자가 긴 막대기를 정신없이 휘두르고 있다. 이 스님은 사색(思索)하는 정신(精神)이 강하고 세상의 이치를 아는 데 호기심(好奇心)이 강한 분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 보오, 양반, 거기서 무얼 하기에 장대를 그렇게 부지런히 돌리고 섰는 거요?"
그 남자가 대답했다.
"스님께서도 이 장대를 들고 한 번 돌려 보시겠습니까? 신기하게도, 쉴래야 쉴 수 없이 돌리게 될 것입니다."
스님은,
"거 참 재미있는 일이군"
하며 장대를 인수해서 돌려본다.
막대기 임자는 장대를 스님에게 인계하고는,
"스님, 그 장대 돌리기를 일 분 일 초라도 쉰다면 큰 일 날 테니 부지런히 돌려야 합니다"
하고는 줄행랑을 쳐버린다. 스님은 언덕 밑에서 부지런히 막대기를 돌렸다. 한참 돌리다가,
'내가 왜 쉴 새 없이 이 짓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사방(四方)을 둘러보니, 이게 웬 일인가. 언덕 밑에는 굴이 하나 있고, 그 굴 속에는 호랑이가 한 마리 앉아 있다. 만일 장대를 멈춘다면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태세였다. 정말, 보통 큰 일이 아니었다. 장대를 휘두르느라고 세월(歲月) 가는 줄도 몰랐다.
그 후 몇 해만에 그 막대기 임자가 그 길을 지나가다 보니 스님의 머리는 장발(長髮)이 되었고, 기진맥진(氣盡脈盡)한 상태였다. 또 얼마 후 다시 가 본즉 사람도 호랑이도 없어졌더란다.
이 이야기가 물론 실화(實話)이겠는가마는, 막대기를 돌리는 사람은 한 가정의 가장(家長)에 비유할 수 있겠다. 만일 가장이 쉴새 없이 활동을 하지 않으면 가족(家族)이란 호랑이가 금방 튀어나올 터이니 불철주야(不撤晝夜) 잠시도 쉴 수가 없다. 결국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그러나, 짧은 머리가 장발이 되고,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고 노쇠무기력(老衰無氣力)하고 결국은 병들어 마감하는 것이 인생일진대, 그 누가 이 일을 피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