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실린 날 2001-12-20 
실린 곳 이야기나라 

어떤 스님이 길을 가다가 한 언덕 밑을 지나게 되었다. 그 언덕 밑에 긴 머리를 한 어떤 남자가 긴 막대기를 정신없이 휘두르고 있다. 이 스님은 사색(思索)하는 정신(精神)이 강하고 세상의 이치를 아는 데 호기심(好奇心)이 강한 분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 보오, 양반, 거기서 무얼 하기에 장대를 그렇게 부지런히 돌리고 섰는 거요?"

그 남자가 대답했다.

"스님께서도 이 장대를 들고 한 번 돌려 보시겠습니까? 신기하게도, 쉴래야 쉴 수 없이 돌리게 될 것입니다."

스님은,

"거 참 재미있는 일이군"

하며 장대를 인수해서 돌려본다.
막대기 임자는 장대를 스님에게 인계하고는,

"스님, 그 장대 돌리기를 일 분 일 초라도 쉰다면 큰 일 날 테니 부지런히 돌려야 합니다"

하고는 줄행랑을 쳐버린다. 스님은 언덕 밑에서 부지런히 막대기를 돌렸다. 한참 돌리다가,

'내가 왜 쉴 새 없이 이 짓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사방(四方)을 둘러보니, 이게 웬 일인가. 언덕 밑에는 굴이 하나 있고, 그 굴 속에는 호랑이가 한 마리 앉아 있다. 만일 장대를 멈춘다면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태세였다. 정말, 보통 큰 일이 아니었다. 장대를 휘두르느라고 세월(歲月) 가는 줄도 몰랐다.

그 후 몇 해만에 그 막대기 임자가 그 길을 지나가다 보니 스님의 머리는 장발(長髮)이 되었고, 기진맥진(氣盡脈盡)한 상태였다. 또 얼마 후 다시 가 본즉 사람도 호랑이도 없어졌더란다.

이 이야기가 물론 실화(實話)이겠는가마는, 막대기를 돌리는 사람은 한 가정의 가장(家長)에 비유할 수 있겠다. 만일 가장이 쉴새 없이 활동을 하지 않으면 가족(家族)이란 호랑이가 금방 튀어나올 터이니 불철주야(不撤晝夜) 잠시도 쉴 수가 없다. 결국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그러나, 짧은 머리가 장발이 되고,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고 노쇠무기력(老衰無氣力)하고 결국은 병들어 마감하는 것이 인생일진대, 그 누가 이 일을 피하랴.

 

이야기모음 사용 안내
28 기타 이야기 세 친구
27 기타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교수 연봉
26 기타 이야기 돈보다 더 큰 것
25 기타 이야기 살아 있을 때 선행을!
24 기타 이야기 재클린의 혼전 계약
23 기타 이야기 행복 앗아간 복권
22 기타 이야기 '함께하는 아버지 되기' 10계명
21 기타 이야기 부모와 가정의 중요성
20 기타 이야기 어린이의 TV 시청 시간
19 기타 이야기 부모의 행복과 자녀
18 우리나라 이야기 게으름의 극치(極致)
17 우리나라 이야기 담력(膽力) 내기
16 우리나라 이야기 아는 체
15 우리나라 이야기 출세한 똥 장사
14 우리나라 이야기 떼돈 번 알거지
13 우리나라 이야기 사부님 장가보내기
12 우리나라 이야기 호로자식과 화냥년
11 우리나라 이야기 꾀많은 생도와 글방 선생님
10 우리나라 이야기 낮거리
» 우리나라 이야기 호장지환(虎丈之患)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