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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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1-12-15 
♣ 당신이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출근시 언제나 제일 나중에 출근하고 퇴근 역시 제일 먼저 해서 기밀누설을 방지하고 화기애애한 회사 분위기를 조성한다. 전화는 대부분 사적인 전화로 일관하며, 술자리에서 상관의 험담을 늘어놓아 경쟁사로 하여금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한다.

♣ 언제나 숨어서 노력하는 참된 일꾼임을 알린다.

동료 직원들에게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 진지한 표정으로 컴퓨터 모니터에 에프킬러를 뿌린다. 이 때 동료들이 놀란 표정을 보이면 조크였다고 박장대소한 후 모니터 옆에 모기향을 피우고 사라진다.

♣ 존경하는 상사에게 마음의 선물을 한다.

행사 때가 되면 평소 존경하던 상사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물을 드린다. 예를 들어 배가 나온 상사에겐 아동용 허리띠를, 목욕탕만 가면 초라해지는 상사에겐 뻔데기 한 상자를, 키가 작아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상사에겐 스머프 인형을, 대머리 상사에겐 헤어밴드나 무스를 선물한다.

♣ 당신이 근검절약하며 생활한다는 것을 알린다.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광고물 뒷면에 기획 안을 작성하여 보고하거나 포스트잇 대신에 점심식단에서 먹다 남은 호박잎, 상추, 백김치 등을 이용하여 전화메모를 기록하여 상사 책상 위나 PC 모니터에 붙여 놓는다.

♣ 당신이 시대를 앞서간다는 것을 드러낸다.

상사에게 결재서류를 올릴 때 사인을 하여 올리는 것은 지극히 뒤떨어진 방법이다. 이 사인 란에 미키마우스나 도널드 덕을 배경으로 찍은 스티커 사진을 붙인다. 은색 가발을 써도 무난하므로 최대한 싱그럽고, 신세대적인 것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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