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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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2-01-16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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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2-01-16 
우리 집 중에 특히 내 방의 바깥에 있는 벽은 급한 볼일이 있는 사람들의 아지트이다. 골목의 지리적 조건이나, 건물 구조로 보아 급할 때, 소변보기에 이 이상 좋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종종 대문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를 맡아야 한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바람과 함께 술 먹고 해롱대며 갈겨버린 그들의 체취가 여지없이, 나의 방안으로 스믈스믈 들어와 내 예민한 코를 자극한다. 이러한 연유로, 아빠는 벽에다 커다랗게 가위 그림을 그려 넣으시고...

'걸리면 잘라버린다'

라는 무서운 경고성 글귀를 써 놓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두컴컴한 밤 11시경!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또 어떤 넘이 시원하게 볼일을 보는 듯 했다. 날마다 보던 TV를 꺼 놓지 않았더라면, 밖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했을 텐데 그 날은 왠지 TV를 꺼 놓고 있었다. 난 암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분명 볼일을 보는 소리였다. 엄청난!!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로 보아 술을 졀라 많이 먹은 것 같았다 난 큰소리로 지금 뭐하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려다 혹시, 술 먹은 넘이 행패나 부리지 않을까 하여 작은 소리로 한 마디 했다.

"지금 거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벽에다 그림과 써놓은 글 안보여요? 잘라버릴 겁니다."

그러자 밖에서 들리는 엽기적인 한 마디.

"짜를 테면 짤라바! 내건 못 자를 껄."

"헉~!"

세상에나 밖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목소리였다. 어쩐지 소리가 쏴~ 한다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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