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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의 두 남자

by 마을지기 posted Nov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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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누가복음서 14:12-14
설교일 2017-11-19
설교장소 구미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감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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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본문

 

예수께서는 자기를 초대한 사람에게도 말씀하셨다. “네가 점심이나 만찬을 베풀 때에, 네 친구나 네 형제나 네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말아라. 그렇게 하면 그들도 너를 도로 초대하여 네게 되갚아, 네 은공이 없어질 것이다. 잔치를 베풀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을 불러라. 그리하면 네가 복될 것이다. 그들이 네게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나님께서 네게 갚아 주실 것이다.”

 

누가복음서 14:12-14

 

들어가는 이야기

 

오늘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추수감사절은 원래 즐겁고 복된 날인데, 언제부터인지 세금 내는 날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감사헌금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여러분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형편대로 성의를 표시하면 됩니다. 그것도 안 되면 하나님, 죄송합니다. 올해는 좀 건너뛸게요!” 해도 뭐라고 하지 않으실 겁니다. 목사 눈치 보지 마시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 그것도 마음에 두지 마시고,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사정을 가장 잘 아실 테니까, 하나님과 여러분 사이에서 해결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추수감사절의 은혜가 풍성하게 여러분 모두에게 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첫 만남

 

오 헨리(1862-1910)라는 미국 작가를 아실 겁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쓴 사람인데요, 오늘은 이 사람의 다른 작품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목은 <추수감사절의 두 신사>입니다. 오 헨리(이성호 역), 오 헨리 단편선(문예출판사, 2006), 전자책 69%. 추수감사절이 미국에서는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입니다. 굉장히 큰 명절이지요. 우리 민족의 추수감사절은 추석’(秋夕)인데, 사실 그때는 첫 열매를 거두는 시점이고요, 지금은 수확을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미국 명절이기는 하지만, 지금쯤 추수감사주일을 지키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뉴욕에 스터피 피트라고 하는 거지가 살았습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피트는 유니온 광장으로 가는 산책길로 들어서서 분수대 맞은편 세 번째 벤치에 앉았습니다. 거기서 어떤 사람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9년 전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당시도 거지였던 피트는 배고픔을 참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노신사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신사는 거지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그 사람을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가서, 배부르게 먹도록 음식을 시켜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말했습니다. “이보시오. 내가 당신에게 약속하겠소. 해마다 추수감사절 날 낮 1시에 여기서 만납시다. 1년에 한 번 당신을 위해 밥을 사리다.” 이렇게 해서 이 약속은 매년 어김없이 지켜졌습니다. 오늘이 아홉 번째 약속 날짜입니다. 거지를 고급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밥을 사는 것, 한 번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 노인은 그 일을 8년이나 했으니, 참 놀랍습니다. 지난 2010년에 나온 영화 가운데 부당거래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제가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거기 보면 배우 류승범이 이런 말을 합니다. 워낙 유명한 대사라 그 부분만 봤습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

 

아홉 번의 만남

 

남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 한 번 잘해주면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그게 반복되면 받는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이 점점 줄어들지요. 나중에는 당연한 것으로 알게 됩니다. 마침내 권리인 것으로 착각까지 합니다. 중국 명나라 때 나온 유명한 책이 하나 있습니다. 채근담(菜根譚)인데요, 거기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은혜는 마땅히 옅음에서부터 짙음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니 먼저 짙고 뒤에 옅으면 사람이 그 은혜를 잊어버린다. 위엄은 마땅히 엄격함에서부터 관대함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니 먼저 너그럽고 뒤에 엄격하면 사람이 혹독함을 원망할 것이다.” 김희영 역해, 채근담(菜根譚)(청아출판사, 2014), 전자책 48%.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 때는 적은 것부터 시작하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갈수록 큰 것을 베풀어야지, 처음부터 너무 큰 호의를 베풀면 그 다음에는 더 큰 것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보다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베푸는 호의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상대방이 그것을 권리로 받아들이더라도, 그건 그 사람 사정이고,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되니까요. 거지에게 밥을 사주는 이 노인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어쨌든, 거지에게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오늘은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미 칠면조 구이, 구운 감자, 닭고기 샐러드, 호박 파이, 거기다가 아이스크림과 건포도 푸딩까지 진수성찬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노인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공원에 오는 길에, 피트는 어느 붉은 벽돌집 앞을 지나다가 그 집 하인에게 붙잡혔습니다. 그 집 주인은 추수감사절 날 정오가 지나 처음으로 자기 집 앞을 지나가는 배고픈 사람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것을 전통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당첨이 된 것이지요. ‘제발 오늘은 노인이 안 나왔으면.’ 피트는 이렇게 빌었습니다. 그러나 시각이 되자 노인은 여전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만남

 

, 나를 따라오시오. 영혼과 육신이 함께 즐겁게 어울릴 수 있도록 올해도 밥을 사겠습니다!” 하면서 노인은 늘 가던 레스토랑으로 피트를 데리고 갔습니다. 피트는, 비록 배는 부르지만 호의를 베푸는 노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단단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양고기, 수프, 파이 등, 나오는 음식마다 맛있다는 듯 열심히 먹어치웠습니다. 노인은 자기는 먹지 않고 흐뭇하게 지켜보았습니다. 피트는 한 시간 만에 음식을 다 먹고 승리감에 싸여 등을 기대고 앉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두 사람은 내년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음식점을 나온 피트가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 노인의 눈에서 벗어났을 때, 마치 올빼미가 깃털을 퍼덕이듯이 낡은 옷깃을 펄럭이며 일사병에 걸린 것처럼 보도에 쓰러졌습니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몸이 견뎌 내지를 못했기 때문입니다.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의사가 진찰을 하는 사이 또 다른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피트에게 밥을 사준 노인이었습니다. 노인도 옆 병상에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잠시 후에 젊은 의사는 평소에 좋아하던 미모의 간호사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저기 있는 멋쟁이 노신사 말이야, 믿기 힘들겠지만, 영양실조야. 사흘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대.” 사실 노인도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공원 한쪽의 낡은 갈색 벽돌집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피트에게 밥을 사는 선행을 계속했습니다. 자기는 굶으면서 말이지요. 자기도 가난하면서 호의를 베푼 노인, 얼마나 멋집니까? 그리고 호의를 베푸는 상대방에게 생생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 배가 터지도록 꾸역꾸역 밥을 먹어준 피트도 멋집니다. 두 사람이 소통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정말 아쉽습니다.

 

맺는 이야기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예수님은, 만찬을 베풀 때, 부유한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을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왜요? 그들은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진정한 선행입니다.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 꾸준하게, 늘 한 결 같이 호의를 베푸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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