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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깃발

by 마을지기 posted Mar 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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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6-03-31
실린날 2005-05-10
출처 《한국의 우언》
원문 어떤 대장이 아내를 몹시 두려워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했다. 하루는 붉은 것발과 푸른 깃발을 교외에 세워 놓고 명령을 내렀다.

"아내를 두려워하는 자는 붉은 깃발로 모이고, 아내를 두려워하지 많는 자는 푸른 깃발로 모여라."

사람들은 모두 붉은 깃발로 갔다. 그런데 한 사람만이 유독 푸른 것발로 가는 것이다.

대장은 그를 장하다고 칭찬했다.

"자네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로다. 천하의 남자들이 한결같이 아내를 두려워한다네. 나도 대장으로서 백만의 대군을 이끌고 전장에 나서면 죽을 힘을 다해 싸우지. 화살과 돌이 비처림 날아들어도 담력이 커서 조금도 위축 당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만 들면 사내로서의 위엄을 지키기는커녕 도리어 아내에게 제압을 당한다네.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자신을 단련했기에 그렇게 할 수있단 말인가?"

그러자 그사람이 대답했다.

"아내가 항상 제게 주의를 주기를, '남자들은 셋만 모이면 반드시 여자를 이야깃거리로 삼으니, 세 사람 이상이 모이는 곳에는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마시오!'라고 했습니다. 지금 붉은 것발을 보니 모인 사람들이 매우 많아 그리로 가지 않은 것뿐입니다."

-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

김영, 《한국의 우언》(현암사, 2004), 50-51쪽.
서거정(徐居正, 1420~1488) 선생이
당시에 저런 이야기를 하셨을 정도면
조선이 아무리 남존여비의 나라라 하나
실권은 모두 여자에게 있었던 듯.

마누라의 얼굴을 세워주는 것은 대인,
마누라의 얼굴을 살피는 것은 소인이니
남편들이여, 아내를 두려워하기보다
아내의 기를 세워주기에 힘쓰십시오.

이야기마을 웃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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